2019년 8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불거진 ‘조국 사태’는 한국 사회에 극심한 분열과 진영 갈등을 남겼다. 조 전 대표는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표적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며 여론전을 펼쳤지만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조 전 대표 부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선고가 나오는 데만 3년2개월이 걸리는 등 법원이 사회적 분쟁을 빠르게 해소할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조 전 대표 지지자들은 12일 선고를 지켜보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을 찾았다. 재판부가 “모든 상고를 기각한다”며 징역 2년을 확정하자 방청석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억” 하며 놀라는 소리가 나왔다.
2019년 조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우리 사회는 ‘조국 수호’와 ‘조국 반대’ 두 쪽으로 갈렸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쪽 거리와 광화문 등지에서 매주 격렬한 대규모 찬반 집회가 열렸다. 검찰 수사에 대한 찬반뿐만 아니라 특목고 중심의 입시 카르텔과 진보 지식인의 양면성 등 온갖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징역 2년을 선고하며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극심한 사회 분열과 소모적 대립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재판 지연 사례로도 꼽힌다. 기소부터 판결 확정까지 5년이 걸렸고, 1심에서만 3년2개월이 소요됐다. 조 전 대표 1심을 초기에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을 근무하면 다른 법원으로 이동하는 인사 관례를 깨고 2018년 2월부터 4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2020년 6월 조 전 대표 재판 중 “이 사건은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해 정치 중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김 부장판사는 2021년 4월 돌연 휴직했고 그를 대신한 판사가 재판 기록을 다시 검토하면서 1심 선고는 지난해 2월에야 이뤄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의도적 재판 지연’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항소심 판결은 1년 뒤인 지난 2월 나왔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지만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유권 불구속, 무권 구속’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2심에서도 법정구속되지 않은 조 전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했고,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조 전 대표 관련 의혹은 그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왔다. 검찰은 그해 12월과 다음 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조 전 대표를 기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표적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였다.
조 전 대표 기소는 ‘추·윤 갈등’으로 번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극심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우리 사회 진영 갈등도 더욱 극심해졌다. 갈등 끝에 윤 대통령은 총장직을 사퇴했고 정치에 입문한 끝에 2022년 3월 대선에서 당선됐다. 조국 사태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정치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