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호소한 데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등은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며 대학교수들도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이어갔다.
민주노총과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노동자 시민대회 집회를 열고 “내란을 정당화한 윤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또다시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공격을 선언했다”며 “국회와 국민을 경찰과 군인의 군홧발로 짓밟은 자가 자신의 통치권을 주장하는 현실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4000명이었다.
당초 민주노총은 집회 이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을 계획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담화 이후 목적지를 용산 대통령실로 변경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2시40분부터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실을 향한 행진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철창에 갇힌 모형을 이끌며 세종대로에서 용산구 남영사거리까지 이동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실까지 진격하자며 경찰의 안전 펜스를 밀치면서 한바탕 몸싸움도 벌어졌다. 경찰은 차벽 등을 이용해 이들을 막아섰지만 현장에서 체포된 인원은 없었다.
집회 참가자 허원씨는 “진실성도 없고,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미의 발언이 시민들을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모(50)씨는 “대통령이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에 울화통이 터져 중간에 TV를 꺼버렸다”고 했다.
정모(30)씨는 “대통령 담화문은 여전히 자기 권력만 챙기겠다는 의도”라며 “국민이 두려움에 떠는 밤이 아니라 편안한 밤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께 집회에 참석한 장모씨도 “21세기에 계엄 자체도 말이 안 되는데, 국민에게 계속 총칼을 들이대는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교수들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윤 대통령 담화는 문제가 많았다. 대통령이 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제2의 내란을 촉구하는 담화였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회견을 진행하는 도중 극우단체가 난입해 욕설하는 등의 소동도 빚어졌다.
경희대, 울산과학기술원 등에서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연세대, 중앙대 등에서는 학생총회가 열려 탄핵을 위한 집회, 시국선언 진행 등에 대한 안건 표결이 이뤄졌다. 13일에는 전국 20여개 총학생회가 연합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총궐기 집회를 진행한다.
윤예솔 한웅희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