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한동훈… 與 공개 이탈표 최소 7명

입력 2024-12-12 18:54 수정 2024-12-12 23:46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사실상 내란 자백”이라고 비판하자 친윤계 강명구(오른쪽)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를 신호탄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7명까지 늘었다. 정치권에선 적지 않은 여권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에 실망감을 토로한 만큼 2차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이탈표(8명)가 넉넉히 확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기 하야를 골자로 한 ‘질서 있는 퇴진’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만큼 탄핵 외 선택지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다음 (탄핵안)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나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들도 속속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청년최고위원인 진종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국민의힘의 가치와 철학을 명백히 훼손한 것”이라며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당 수석대변인인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고, 국민의 선택에 우리 당도 따라야 한다”며 14일 탄핵 찬성 표결 방침을 예고했다. 앞서 같은 입장을 밝힌 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의원까지 탄핵 대열에 합류한 여권 인사는 7명으로 늘었다. 범야권 192명과 이들을 합하면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까지 한 명만 남은 셈이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하나둘 탄핵으로 돌아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촉구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국민의힘 전 의원이 탄핵 표결에 참여해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뼈를 깎는다는 의미)의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자”고 주장했다.

야권은 이날 계엄 선포를 합리화하는 윤 대통령의 4차 대국민 담화 발표가 여당의 이탈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심 이반을 우려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담화 직후 곧바로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거나 현행 법령 등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면 제명이나 탈당권유 등의 징계가 가능하다. 조경태 의원도 “이제 윤석열씨로 부르겠다. 대통령이라는 직함으로 부르기 싫을 정도”라며 결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종선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