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됐다. 당초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샀던 멜로니 총리는 올해 다른 주요 7개국(G7) 정상이 정치적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비롯한 좌파 인사들조차 멜로니 정책을 벤치마킹하려고 애쓰는 실정이다.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8명을 선정하며 멜로니 총리를 1위로 꼽았다.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유럽에 통화하고 싶을 때는 멜로니에게 걸면 된다”며 “극우주의자로 치부되던 멜로니는 10년도 지나지 않아 유럽연합(EU)뿐 아니라 미국과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멜로니와 머스크는 지난 9월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2년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창당한 멜로니는 2022년 9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정권 평균수명이 13개월 정도인 이탈리아에서 멜로니는 동맹(Lega), 전진이탈리아(FI)와의 연정을 2년 넘게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폴리티코는 “멜로니는 집권 이후 인상적인 줄타기를 해냈다”며 “유럽의회 내 극우·반EU 성향의 정치세력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을 이끌면서도 EU에 대한 부정적 수사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갈등 유발을 피했다”고 전했다. 또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찬양하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른 유럽 극우세력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원자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멜로니는 유럽의 골칫거리인 이민지 문제에 대해선 EU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민자 수용을 알바니아에 ‘아웃소싱’하는 대담한 계획을 추진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 정책을 배우겠다며 이탈리아를 찾아오기도 했다.
정치 상황이 늘 불안정했던 이탈리아는 멜로니의 안정적 정부 운영에 힘입어 유럽 중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티코는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전통적인 권력들이 사실상 무력해지면서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전반적 영향력 1위 멜로니 외에도 행동가·파괴자·몽상가라는 3개 카테고리로 나눠 항목당 9명을 뽑았다. 행동가 부문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됐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선거 패배를 앞둔 상황에서 유럽을 이끌 유일한 인사”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1위로 선정했다. 파괴자 부문에선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제1야당 기독민주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몽상가 부문에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위로 뽑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