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971년 지수 개시 이후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매그니피센트7’에 속한 7종목 중 5종목이 장중 신고가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47.65 포인트(1.77%) 오른 2만34.8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일 1만4765.94로 올해를 시작한 나스닥은 올 한 해 약 36%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 신고가는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주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장중 최고치인 250.8달러까지 올랐고,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195.61달러까지 올랐다. 구글이 슈퍼컴퓨터가 100해(10의24제곱)년간 풀어야 하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알파벳은 이틀 연속 올랐다. 아마존(231.20달러),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스(638.40달러), 테슬라(424.88달러)도 장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 메타 4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4160억 달러(약 595조6288억원) 늘었다.
이날 발표된 11월 CPI가 월가 예상치에 부합한 것도 나스닥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와 비슷하게 나오면서 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11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올랐고,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3.3% 증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15분 기준 연준의 이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98.6%다. 한 달 전(58.7%)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한국 증시는 12일 미국발 훈풍과 외국인·기관 투자자 순매수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1.78% 오른 2458.94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질 이번 주말이 국내 증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자 증시 변동성이 커져 장중 상승 폭이 일부 반납됐다”며 “현재 정치 상황이 미치는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어 저가 매수세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이슈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며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면 과도한 원화 약세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0.30원 내린 1431.90원에 거래됐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