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이기흥·정몽규에겐 호재?

입력 2024-12-13 00:00 수정 2024-12-13 00:00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연임 도전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해 하반기 동안 체육계 개혁의 밑 작업을 주도하며 이들의 연임을 반대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에 “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선거 판세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정 회장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 개최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 회장,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축구협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는 건 12년 만으로, 사실상 나머지 두 후보의 단일화 없이는 정 회장의 4선이 유력하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역대 최다인 8명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가장 유력한 당선 후보는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으로, 지난달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연임 승인을 받고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회장은 다음 주 중 출마 선언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후보 등록까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문체부가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전개되면서 상황에 균열이 생겼다. 그동안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이들은 탄핵 정국으로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차기 선거에서 당선되면 불승인하겠다고 강조했던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계엄에 동조했다는 비판 속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유 장관이 물러나면 이들 단체장의 연임 도전에 걸림돌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당장 체육계에선 “이제 정몽규 회장과 이기흥 회장의 연임 도전을 막을 세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 회장의 경우 8년 전 비슷한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바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대한체육회-생활체육회 통합 기조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수영연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은 제40대 대한체육회 선거에서 통합 체육회의 초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김종 문체부 차관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문체부와 대립 구도를 이어올 수 있었다.

시국이 혼란한 틈에 선거 일정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축구협회장 선거는 1월 8일 열린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