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12일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대국민 담화를 두고 “극단적 망상의 표출” “저급한 선동”이라며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야6당은 공동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탄핵소추안 표결 ‘D-데이’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정 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실패할 계엄을 기획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계엄 발동의 자백이며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 위기에 몰린 윤 대통령이 ‘기습적’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경고성’이라거나 ‘통치행위’라는 변명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내란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영웅적 투쟁과 반헌법적 내란 지시에 맞선 군인·경찰들의 저항을 자기의 지시인 양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대목에도 맹폭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야권 압승으로 끝난 22대 총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선거론자들을 동원하고 나섰다는 취지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번 담화는 온갖 거짓말로 극우 태극기부대를 선동해 국민과 맞서 싸우라는 저급한 선동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신군부 주도로 이뤄진 12·12 군사반란과 현 사태를 병치하는 공세도 잇따랐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12·12 쿠데타 45년 만인 오늘 내란수괴 윤석열이 국민을 상대로 다시 한번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후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결의문을 발표해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입법부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담화를 직격했다. 우 의장은 “참담하다”며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촉구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6당은 국회 의안과에 ‘내란사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우 의장이 전날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여야 정당에 신속한 응답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윤 대통령을 국정조사에 출석하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계획서에 담겠다”고 답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