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재촉한 억지와 궤변의 담화

입력 2024-12-13 01:30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은 국민에게 야당의 폭거를 알리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헌정 질서를 지키려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다. 이것이 어떻게 내란일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 7000자 원고는 대통령의 담화보다 법률가의 변론서에 가까웠다. 내란 혐의를 부정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지지층을 선동하려 했다. 이를 위해 구성한 논리에는 억지와 비약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

첫째, 야당의 행태를 알리려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계엄과 함께 발령된 포고령은 국회를 비롯한 일체의 정치 활동 금지, 언론과 출판의 통제, 파업과 집회의 금지를 선언했다. 대의 민주제를 통해 행사하는 국민의 주권과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일거에 차단하는 것이었다. 야당이 어지럽히는 헌정 질서의 위기를 국민에게 경고하기 위해 국민이 당연히 누리고 있는 헌법 권리를 제약한다는 것은 결코 앞뒤가 맞을 수 없는 궤변에 해당한다.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꺼내든 까닭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을 부인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논리적 결함에 스스로 잘못을 자백한 셈이 됐다.

둘째, 윤 대통령은 계엄군 투입이 ‘의도적으로 절제한 작전’인양 주장했다. 내란죄 구성의 다른 요건인 ‘폭동’을 부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면 주말에 했을 거다” “선포 1시간 뒤에야 병력을 투입했다” “단전·단수·송출제한도 안 했다”면서 “질서 유지를 위해 잠시 병력을 투입한 게 폭동이냐”고 했다. 이는 거짓일 정황이 짙다. 특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에게서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이미 증언했다.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는, 즉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라는 지시를 그가 직접 내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의원 체포 지시, 계엄군의 국회 침투 행위 등 담화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가 쌓여 있다.

셋째, 윤 대통령은 “너무 허술한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려”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다고 했다. 서버 점검이 계엄하에서만 가능할 리 없고, 군이 점검한들 신뢰가 담보될 리 없으며, 이 문제가 국가적 이슈인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이를 공공연히 꺼낸 담화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의 공정성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직접 훼손한 행위였다. 유튜버의 음모론을 대통령이 확대 재생산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비상식적인 계엄만큼이나 담화도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대통령직에 더 머물게 할 이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