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희한한 일을 겪어버렸다. 지난주 온 국민의 심장을 내려앉게 만든 그 일의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인데, 내용은 이렇다. 희대의 사건 전날 나는 충남 공주에 있었다. 정부에서 마련한 소상공인·지역 상권 민생토론회 참여를 위해서였다. 이날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국 소상공인, 상권기획자, 학계와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특별한 이슈 없이 흘러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임기 초부터 강조했던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버팀목이 소상공인임을 강조하며, 정부 출범 직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 관련 그간의 정책을 힘주어 설명했다. 또 내년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는 사실도 밝히며,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에서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해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힘낼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토론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소상공인을 비롯해 지역 상권기획자, 관련 지원사업 운영사 대표 등이 참석해 현장의 어려움과 필요한 정책 등을 건의했고,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금융권, 경찰청 등에서도 자리를 함께했다. 댓글 테러에 피해를 호소한 돈가스집 사장님을 위로하고 지역 활력을 위해 로컬 생태계 지원을 약속하며 분명 그는 자신을 믿으라고 했다. 토론회가 파한 뒤 이어진 별도의 회의에선 지역 상권 관련 정책 추진 방안에 관한 논의가 깜깜해지도록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밤 사달이 났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와 TV를 켰을 때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바로 전날 활짝 웃으며 자신을 믿으라 힘주어 말했던 사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에 있는 작은 규모의 지역 기업이지만 회사의 성장이 곧 지역의 성장이며 그것이 곧 더 나은 사회와 국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힘껏 노력했다. 개인적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정부의 성공을 바랐던 건 ‘지역’과 ‘지방’이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정부의 관심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부 훨씬 전인 참여정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번 정부 들어 국정과제 119번, 120번 등을 통해 공식적 명문화와 함께 구체적이고 실질적 정책이 현장에 닿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과연 내가 전날 토론회에서 손잡은 그 사람은 누구인가. 떨리는 목소리의 돈가스집 사장님 손을 잡으며 신속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힘내라고 위로나 하지 말지. 그날 전국 각지에서 생업을 잠시 뒤로하고 모인 50여명의 소상공인들의 손에 쥐어진 건 그의 호탕했던 웃음소리와 약간의 여비가 든 흰 봉투, 그리고 양갱 한 상자였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