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안 심의를 위해 소집한 국무회의는 5분 만에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정족수(11명)가 채워지자마자 입장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2~3분간 계엄 선포 계획을 일방 통보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증언했다. 그 직후 비상계엄 선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조차 “당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발언 등을 종합하면 한 총리는 지난 3일 긴급 호출을 받고 오후 8시4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뒤에야 처음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전했지만 여의치 않자 오후 9시쯤부터 국무위원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렸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을 소집해서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의지를 (접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무위원들의 집단 반대로 계엄 선포를 막아보려 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연락을 받은 국무위원들이 하나둘씩 대통령실 2층의 공식 회의장이 아닌 대접견실로 모였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뒤늦게 연락을 받고 배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애초 계엄 선포 시점으로 잡았던 오후 10시가 넘도록 정족수는 채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까지 대접견실에 모여 있던 국무위원들은 전원 계엄에 반대 뜻을 밝히며 우려를 표했다는 게 한 총리의 설명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당일 오후 10시10분에서 15분 사이 회의장에 도착했다. 송 장관은 “회의장에 들어갔는데 회의 시작이 없이 대기하는 상태였다. 전혀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무슨 회의를 하는 것인지 옆 사람에게 물었는데 ‘계엄’이라는 딱 두 글자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고 ‘말도 안 된다, 막아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 자리에는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17분 정족수가 채워지자마자 2~3분가량 발언을 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고 한다. 송 장관은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대해 “첫 마디만 기억이 난다. ‘누군가와 의논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나갔고, 앉아계신 분들이 당황해하면서 ‘어디 가신 것이냐’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로 (실시간 중계 영상을) 틀었다. 그런데 (계엄 선포) 육성이 흘러나왔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몸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며 “(당시 회의를 정상적인) 국무회의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실로부터 회신받은 자료를 보면 3일 국무회의는 오후 10시17분에 시작돼 10시22분 종료된 것으로 기록됐다. 통상적인 개회·종료 선언은 없었고, 속기 등 별도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제안이유에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3일 22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임’이라고 명시했고, 발언 요지는 ‘보유하고 있지 않음’이라고 적었다. 국무회의 소집 시간이 늦어지면서 당일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1호는 오후 11시부로 연기돼 발령됐다. 한 총리는 “어차피 실체적, 절차적인 (회의 개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회의 자체는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