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지난 3일 국무회의와 관련해 “당시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당시 국무회의 자료 확보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대통령실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자료 제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해 전날 회신받은 공문을 11일 공개했다. 공문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는 3일 오후 10시17분부터 5분간 진행됐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11명이었다.
회의에 상정된 안건명은 ‘비상계엄 선포안’으로, 안건 제안 이유는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3일 오후 10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이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에 대해선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국무회의 시간과 장소, 참석자, 안건명, 제안 이유 등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정작 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회의 발언록은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회신 자료에 안건명만 있고 안건 자료는 없었다. 지속해서 대통령실에 추가 요청 중”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해제 관련 국무회의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오전 4시27분부터 2분간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 윤 대통령은 불참했다. 대신 한 총리를 비롯해 계엄 선포 관련 회의 자리에 있었던 조 장관, 박 장관, 김 전 장관, 이 전 장관, 송 장관, 오 장관 등 7명이 참석했다. 전날 계엄 선포 관련 회의 자리에 없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9명이 계엄 해제를 위한 회의에 함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배석했다.
대통령실이 계엄 국무회의 관련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고 밝힌 것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도를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내부 진입에 실패했다. 대통령실이 국무회의 자료 부재를 주장하면서 임의제출 등 관련 협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