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질서 있는 퇴진론’이 힘을 잃고 있다.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둔 국민의힘에서 ‘공개 반란표’가 하나둘 늘어가면서다. 용산 대통령실 안팎에서도 “하야보다는 탄핵”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여당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든 모양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대통령실 내부에서 탄핵심판 수용이 유일한 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며 “자진사퇴보다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기류”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도 “윤 대통령 핵심 측근들도 ‘탄핵한다면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거취를 당에 일임한 이후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2월 퇴진·4월 대선’과 ‘3월 퇴진·5월 대선’이라는 퇴진 로드맵도 준비했다. 그러나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표 퇴진 시나리오’를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고 말했다.
여당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이날까지 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의원 5명이다. 이탈표가 3명 이상 추가되면 범야권 192명을 포함해 ‘탄핵 저지선’(200명)이 뚫리게 된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분명한 건 지난번(7일 1차 표결)보다는 가결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인사도 “1차 표결 때 집단 불참하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며 “이번에는 계파 구분 없이 표결에 참여하려는 의원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12일 신임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윤계 조력을 받는 5선 권성동 의원과 친한계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4선 김태호 의원 중 누가 원내 사령탑이 되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는 12~13일 중 새 원내지도부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나 담판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현 상황은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4월 퇴진·6월 대선’으로 당론을 정했다. 그러나 대규모 촛불집회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탄핵 찬성파에 급격히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당 의원은 “탄핵안 표결 당일 갑자기 ‘자율 투표’로 당론이 바뀌었고, 비박(비박근혜)계 62명이 찬성하면서 탄핵안이 결국 가결됐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