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밀레이 ‘전기톱 개혁’ 1년… 물가 안정 이뤘다

입력 2024-12-12 01:33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집권 1년을 맞았다. 전기톱을 들고 방만한 경제를 수술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실제 공공재정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정부부처를 절반 이상 감축하는 등 ‘충격요법’을 감행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20% 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경제지표상 효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절반 이상의 국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도 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26%였던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해 10월 2.7%까지 떨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를 기록하던 재정적자도 올해 상반기 흑자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밀레이의 과감한 개혁 조치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학 교수이자 방송 진행자로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던 밀레이는 수십년간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좌우 세력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끝에 권력을 잡았다. 자유지상주의자를 자처한 그는 취임 이후 각종 개혁 조치를 쏟아냈다.

공공재정 지출은 GDP의 44%에서 32%로 칼질했다. 공무원 급여와 각종 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18개였던 정부부처를 8개로 줄였고, 3만명 이상 공무원이 해고됐다.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의 가치를 반토막 내며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 격차를 줄였다. 은닉 재산에 대한 대규모 면세 정책도 실시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떨어졌고 재정은 소폭 흑자로 돌아섰으며, 암시장·해외 은행에 예치됐던 달러들이 양성화되며 환율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었다. 밀레이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불황은 끝났고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성장”이라고 선언했다.

컨설팅업체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이그나시오 라바퀴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물가상승률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하락했다”며 “이는 밀레이의 인기를 지속시키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실제 극단적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지지율은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은퇴한 교사인 버지니아는 “개인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저축한 돈도 다 썼지만 (밀레이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며 “항상 이 나라가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밀레이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이는 극단적인 언행을 자주 해 ‘괴짜 정치인’으로 각인됐지만 주요 이슈에 대해선 실용적으로 접근했다고 FT는 평가했다. 중앙은행을 불태우겠다는 대선 공약을 보류했고, 중국 정부에 대한 극렬한 반감 표시도 자제했다.

다만 통계와 달리 체감 경기 회복은 더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빈곤율은 52.9%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11.2% 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2분기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 포인트 오른 7.6%를 기록했다. 민간·공공 부문 임금도 낮아졌다.

컨설팅업체 호라이즌 인게이지의 미주 담당 마르셀로 가르시아는 “올해 아르헨티나 국민은 고생 끝에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는 보상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제가 극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이것이 ‘뉴노멀’이 된다면 그때도 비슷한 태도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