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1일 비상계엄 사태 수사기관 중 가장 먼저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영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비상계엄 사태 8일 만에 경찰이 대통령을 겨냥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투 트랙 수사’가 이번 사태의 정점인 윤 대통령 턱밑까지 치닫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대통령실에 수사관 18명을 보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로 열린 국무회의 관련 기록 등의 확보를 시도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무회의실, 대통령경호처 등이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는 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찰은 경호처와 압수수색 방법 등을 놓고 8시간가량 대치했으나 경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경찰이 경호처와 대치하는 동안 행정안전부는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해 전날 회신받은 공문을 공개했다. 계엄 전후 국무회의 당시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우회적으로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저녁 경찰은 극히 일부 자료를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다며 현장에서 철수했다.
압수수색에 앞서 이날 새벽 경찰은 계엄 사태에 연루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조사 도중 긴급체포했다. 또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을 투입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전날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이날 오후 불러 5시간가량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구속영장 발부 직전 서울 동부구치소 거실 내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관계자들 저지에 포기했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비상계엄 논의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어떤 논의를 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포고령 초고를 작성했고, 윤 대통령이 직접 법률 검토를 하며 수정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특수전사령부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도 특수본 소환조사를 받았다. 방첩사는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에 요원을 파견했다. 김 전 장관은 군부대의 선관위 진입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면담 형식의 조사를 진행했고 오후 특수본 조사를 받았다. 앞서 홍 차장은 국회에서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이날 윤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국회 질의에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등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호 신재희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