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 귀걸이 한국 상륙… 진귀한 보물이 한 곳에

입력 2024-12-12 02:18
관객들이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카즈미 아리카와 컬렉션’의 다양한 주얼리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대관식 때 착용했던 지란돌 귀걸이,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딸의 ‘앙굴렘 공작부인의 팔찌’, 나폴레옹 1세의 부인 조세핀 황후가 지인에게 선물한 목걸이…. 11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는 이처럼 진귀한 주얼리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보석 수집가 카즈미 아리카와의 컬렉션이다.

카즈미는 40여년간 6600억원 가치의 동·서양 주얼리를 수집해 온 세계적인 컬렉터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문화재단과 함께 208점의 보석 전시를 구성해 내년 3월 16일까지 선보인다. 그의 보석이 이 정도 규모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공간은 온통 어두웠고 오로지 보석들만 빛났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관람객이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카즈미 아리카와의 의견을 고려해 전시공간을 어둡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르네상스 시대 보석 조각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가 전 세계에 단 3점만 남긴 십자가상 ‘크로스’(Cross)다. 받침대 가운데 있는 투명한 창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짊어지고 못 박혔던 십자가의 작은 조각 두 개가 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칸 교황청 인증을 받은 것으로 교황 레오 10세의 의뢰로 제작됐다.

카즈미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근대미술 역사에서는 이 최상의 예술을 그저 사치스러운 공예라 치부해 그 진가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시선은 판도가 바뀌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의미 부여했다.

롯데백화점은 ‘하이 주얼리’ 등 명품 액세서리를 앞세워 매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번 전시가 보석 애호가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품 의류나 가방은 어느 정도 대중화된 데 비해 액세서리류는 선호도가 제한적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명품 제품군 중에서도 주얼리 매출 신장률은 눈에 띄게 높은 편이다. 올해 1분기 명품 주얼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올랐고, 2, 3분기에도 각각 전년 대비 10%, 15% 증가했다. 전체 명품 매출 신장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까르띠에·불가리 등 14개의 해외 유명 하이 주얼리 브랜드가 참여하는 ‘주얼리 페어’도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글·사진=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