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만7000명·여객기 238대… ‘통합 대한항공’ 뜬다

입력 2024-12-12 01:31
게티이미지뱅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4년 만에 하나가 됐다. 1988년부터 이어져 온 양대 국적 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내 유일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하게 됐다. 경쟁력 강화라는 기대와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1억3157만8947주(지분비율 63.9%)를 11일 취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1조5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000억원을 투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편입은 12일에 이뤄지게 된다. 상법상 납입 기일 다음 날부터 주주의 권리·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시한 이후 4년 1개월 만에 합병을 마무리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을 통해 매출액 21조원(지난해 매출 합산), 직원 수 2만7000여 명, 항공기 238대를 보유한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운송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제선 유상 여객 킬로미터 기준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다. 양사 실적을 합치면 11위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2년간 ‘통합 대한항공’ 만들기에 나선다. 우선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새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전무)이 아시아나항공 신임 대표 자리에 오를 것이란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신임 대표로는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상무)과 김중호 대한항공 수석부장이 각각 거론된다. 대한항공 측은 “인사 관련 주요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두 회사는 새 경영진 체제에서 ‘화학적 통합’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고용 승계문제는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측은 일부 중복 인력도 필요 부문으로 재배치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엔 직원 임금 체계, 성과급 산정 등 처우 부분과 중복 인력 재배치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문화 융합과 인력 교류, 통합 기업 이미지(CI)와 기체·유니폼 디자인 등도 추진된다.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는 2년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2026년까지는 각사의 사업전략에 따라 운영하고, 통합 항공사가 출범할 때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합쳐지는 방식이다. 마일리지 인정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기업결합이 확정된 이후 6개월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내년 여름 전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있어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전문 컨설팅업체와 협업해 전환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1국 1국적사’ 체제로의 복귀로 독과점 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 요금 인상과 중복 노선 통폐합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시장에서는 통합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기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항공운송산업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시정조치 노선의 운임을 관리하고,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및 공급석·서비스 품질 유지 등 의무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주기적 관리를 위해 내년 3월에 이행감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대형항공사에 대항할 LCC를 키우는 등 경쟁 환경 조성에도 나선다. 국토부는 대형항공사 위주인 서남아시아·유럽 운수권 증대분을 LCC 중심으로 배분하고, 국내외 경쟁 당국 시정 조치로 대체 항공사가 필요한 노선에도 LCC에 우선 기회를 줄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도 밟는다. 앞서 대한항공은 “LCC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수임에 따라 3사의 통합운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4개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해소하는 데 오랜 시일이 소요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최대 난관이라고 불리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결합 승인을 받았고, 미국 법무부(DOJ)는 신주 인수 이전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14개국 승인 절차가 종결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른 국민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건전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