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원 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어 우려됩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채권 투자는 유효하므로 점차 비중을 늘려가야 할 때입니다.”
신인식 한양증권 ST(세일즈앤트레이딩)센터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차 계엄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환율 급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증권 ST센터는 주식 및 채권 투자, 대체투자 등을 하는 곳이다.
신 센터장은 내년에는 채권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근거로 외국인 수급을 들었다. 천문학적인 돈을 굴리는 외국인의 정보력을 믿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 4조154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지만 채권은 1조4870억원 순매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주식을 팔았지만 채권은 샀다. 지난 4일부터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6570억원어치 채권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514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운 것과 대비된다.
신 센터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는 이유는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정치 불확실성이 우려할 만하지만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에 외국인의 투자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대가 열리는 것도 채권 투자의 이유다. 그는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으로 한국 등 신흥국 경제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라며 “경기가 안 좋아지면 내년 2~3차례 금리 인하(채권 가격 상승)가 예상된다는 측면에서 채권 비중을 주식보다 더 높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명분을 찾기 어려워서다.
신 센터장은 “모든 자산을 주식에 투자해 위험을 감내하기보다 채권 비중을 높여 위험을 줄이고 다시 증시 상승 사이클이 왔을 때 투자를 해도 늦지 않다”며 채권의 투자 비중을 최대 80%까지 높이길 권했다.
신 센터장은 선물옵션 트레이더 10명의 매매 원칙과 투자법을 인터뷰해서 정리한 ‘나는 대한민국 트레이더다’와 ‘주식투자 무작정 하지 마라’ 등 여러 투자 관련 책의 저자다. 와인 애호가인 그는 내년 상반기 와인 관련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