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의 한 상가건물 2층에는 새롬심리상담센터(센터장 오주헌)가 자리 잡고 있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상담소지만, 주말이 되면 길가에성결교회로 탈바꿈한다. 개척할 때부터 가진 ‘어떻게 하면 이웃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였다. 2018년 문을 연 교회는 마음이 아픈 이들을 돌보면서 동시에 성도와의 특별한 교제를 이어가고 있다.
교회에서의 상담은 단순히 마음의 안녕만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고통과 고난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하나님에 대한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소그룹 모임은 자연스레 집단 상담으로 연결된다.
상담센터장인 오주헌(50) 길가에성결교회 목사는 “목회자와 성도 사이, 성도와 성도 사이에서 나눔이 깊어져 교회에 오는 걸 기다리는 분도 있다”며 “상담사역은 특히 영적 정서적 정신적 회복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상담사역네트워크(회장 이기원 목사)는 11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한국교회 상담사역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었다. 상담사역 사례 공유 등 이틀간 진행되는 콘퍼런스에서 오 목사를 만났다.
상담 사역과 관련,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025 한국교회 트렌드’로 ‘멘털 케어 커뮤니티’를 꼽았다. 교회가 성도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을 넘어 정신적 정서적 약자를 품는 공간이 되자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울증을 겪은 이들은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20대는 2018년(9만9796명)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19만4322명(2022년)으로 조사됐다.
이상억 장로회신학대 목회상담학 교수는 “한국교회 상담사역이 신앙의 가치와 상담의 전문성을 융합해 교인과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사역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더욱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기틀을 마련해 교회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사역을 위해서는 전문적 훈련이 동반돼야 함도 강조됐다. 비전문적인 조언이 제공될 경우 내담자의 심리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상담사역에 참여하거나 돕는 분들 가운데 전문적 훈련을 받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 강령과 시스템을 확립해 내담자가 안심하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조직과 구조, 규정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원 한국교회상담사역네트워크 회장은 “네트워크는 기독교 정신건강 전문사역자의 연합체로서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정서적 정신적으로 연약한 자들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정기모임을 비롯해 전문 세미나, 상담실 개척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