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정국 중도 언론 역할 중요… 방향 키 잘 잡아야”

입력 2024-12-13 00:45
국민일보 2기 독자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본보 보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고은 안민호 김의경 민경찬 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지훈 기자

국민일보 2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여섯 번째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 김의경 소설가,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대표변호사(이상 독자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독자위 간사)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 탄핵안 표결과 그에 대한 저널리즘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민호 위원=매일 큰 기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크게 보고 멀리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비상계엄, 탄핵안 부결 사태는 최소 몇 달 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해 보인다. 자극적이거나 정파적인 환경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어떻게 제대로 하는지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

△민경찬 위원=비상계엄 사태가 레거시미디어에게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종이신문의 정제된 정보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도 좋지만, 팩트를 취재하고 그걸 잘 정리하는 게 국민일보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참 무섭다. 소셜미디어에선 영상 등을 통해 음모론, 추측성 보도를 하는데 국민일보처럼 중도를 취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온라인은 신속히 보도하더라도 지면은 정제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나중에 이 사안이 수습됐을 때 이번 사태를 정리해 주는 기획도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또 지금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갈 지 가늠할 수가 없는데 국제나 사회, 경제 측면에서도 종합적으로 그 영향과 파장에 초점을 맞춘 아이템들도 있으면 좋겠다. 위기 속에서 국민일보 같은 중도 지향적이고 사실을 중시하는 언론이 방향 키를 잘 잡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안 위원=최근 며칠간 지면을 보면 1면 톱 제목이 누군가의 말을 따옴표로 해서 누가 이렇게 말했다 하는 식이다. 회사의 편집 방향이 있겠지만 그 말을 듣고 분석하고 정제하고 해석한 팩트와 관련된 것이 1면에 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들은 얘기를 전하는 건 방송, 유튜브에서 계속 하는 거니까 지면은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경제 위기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경제, 민생, 안보와 관련해서 불안해하는 국민을 어떻게 안심시킬 것인지 저널리즘의 역할은 이런 위기 속에서 중요하다. 퀄리티 저널리즘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고 하는데 왜 위기인지, 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위기인지, 전문가들을 인터뷰해서 위기 타개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노력이 진행되는지 등을 균형있게 보도하는 게 퀄리티 저널리즘이 할 일이라고 본다.

△민경찬 위원=계엄령 같은 것도 처음 접한 독자들이 많은데, 군정권은 누구에게 군령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이 잘 이해가 안됐다. 언론에서 배경지식을 제공해주면 좋을 것 같다. 탄핵소추안도 표결이 불발된 것은 알겠는데, 정작 탄핵안 내용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탄핵안 중에 탄핵 사유와 맥락이 다른 것들도 섞여 있는 걸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문제는 언론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대표변호사

△민고은 위원=최근 동덕여대 논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이 문제가 본질에 대한 고민이 아닌 남녀 간의 문제로 심화하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 갈등이 심각하다는 생각했다. 이런 갈등의 방향을 틀 수 있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청년도약계좌가 외면받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왜 이 계좌에 가입하지 않았는지 등 청년들의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에 대한 분석도 있으면 좋겠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기사도 있었다. 통계를 보고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구나 하고 놀랐다.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가 어떤 게 있는지 등도 취재해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아이템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의경 소설가

△김의경 위원=택배공화국 관련한 기획 시리즈가 인상 깊었다. 내 사망보험금, 아이 성인되면 주세요나 상속이 허용되는 재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기사도 관심있게 읽었다. 최근 눈길을 끌거나 재미있는 기사가 많았다.

△안 위원=택배공화국 기사를 재밌게 좋게 봤다. 신문들은 1면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정치, 경제 기사, 국제 이슈 등을 주로 배치하는데 택배공화국 기사가 1면에 간 게 신선해 보였다. 택배 문제는 시대적 변화와도 관련돼 있어서 중요해 보인다. 시대 변화상을 담는 기사는 독자들에게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 이런 기사가 좋은 기사 같다.

△민경찬 위원=계엄 사태 얘기하다가 지나갔는데, 컨슈머리포트도 잘 봤다. 즉석짜장면을 다룬 기사였는데, 1인 가구 독자들에게는 요긴한 기사였다고 본다.

△안 위원=국민일보 신문을 구독해서 보는 유료 독자는 그만큼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이다. 회사의 정책 측면으로 보여지지만 지면에 나오지 않는 추가 콘텐츠를 무료로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어떨까 한다. 지면과 디지털을 연계해서 유료화하거나 신문을 구독하는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에게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로부터 여러 스폰서십을 확보한다든지 하는 그런 전략을 세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