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계엄에 지역 현안도 올스톱

입력 2024-12-12 00:34

12·3 비상계엄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신망을 잃었고, 국회에선 탄핵소추·특검 표결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치뿐 아니라 사회, 경제, 외교 거의 모든 부문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가 됐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 발전의 명운을 건 현안들이 모두 올스톱 위기에 빠졌다. 지방자치단체도 핵심 현안이 뒷전에 밀리는 것을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먼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만 해도 행정통합은 순조로운 분위기였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합의를 이뤄냈고,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지역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올해 내로 양쪽 지방의회 동의를 받은 뒤 특별법 제정을 이뤄내고,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에서 특별법 통과는커녕 행정통합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나아가 행정통합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일 자진사퇴하면서 추진 동력은 더 떨어지게 됐다. 지난 10월 대구시와 경북도 이견으로 통합 논의가 무산 위기를 맞았을 때 이 전 장관이 협의 재개를 조율하고 한 달 만에 중재안을 만들었다. 결국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이 전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공동합의문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행안부 수장이 사임하면서 이제 통합 논의의 한 축이 없어진 것이다. 더 나아가 행안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자 중점 추진해온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작업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사업도 마찬가지다. 직접 개발을 선언한 대구시는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내년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지원받으려던 계획이 여의치 않게 됐다.

내년 11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APEC은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 국격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으로 오히려 해외에서 우리 국격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 언론에서도 APEC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내년 초부터 APEC 관련 회의가 시작돼 가을에는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며 “한국 정계 혼란이 이어지면 의사 운영에 영향을 줘 한국의 메시지 발신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도 박형준 시장이 올해 여섯 차례나 국회를 방문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던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호남에선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을 위한 정부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상당한 전전을 보였지만 협상 테이블의 한 축인 국방부가 비상계엄 사태에 휘말려 추가 논의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충청 지역에서도 충청권 광역연합뿐 아니라 청주국제공항 민간항공기 전용 활주로 신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등 산적한 현안이 올스톱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행안부는 지난 9일 부랴부랴 지역 민생안정 대책반을 구성해 각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경제와 밀접한 현안 사업 및 행사를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미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만큼 지역 주요 현안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정치권에서 이 혼란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