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겨울 재난, 모두의 대비가 필요하다

입력 2024-12-12 00:35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80%라고 발표했다. 1.5도는 2016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약속한 한계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여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25.6도였고, 열대야 일수도 24.5일로 각각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지구가 더워지는 상황에서 겨울 재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이례적인 날씨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말 중부지방에는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려 경기도 수원은 역대 최고 적설량을 기록했다.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서해를 지나면서 물기를 머금은 무거운 눈이 내려 큰 피해를 줬다. 무거운 눈의 하중을 이기지 못한 지붕이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졌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겨울철 자연재난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겨울 재난으로는 눈 무게로 인한 시설물 붕괴·전도, 눈이나 얼음으로 인한 미끄러짐·고립,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 피해가 있다.

눈이 많이 쌓이면 낡은 건물, 비닐하우스, 천막 같은 시설물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위험이 크다. 예를 들어 1㎡에 1㎝의 눈이 쌓이면 무게가 약 3㎏이 된다. 만약 50㎡ 크기의 지붕에 50㎝의 눈이 쌓이면 약 7.5t이 되는데, 이 무게는 75㎏ 성인 100명이 올라간 것과 같다. 따라서 비닐하우스의 기둥을 보강하고, 천막은 미리 해체해야 한다.

눈이 도로나 보도에 쌓이고 얼어붙으면 이동이 어려워지고, 사고 위험이 커진다. 제때 눈을 치우지 않으면 얼어붙어 도로가 미끄러워지고,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빙판길에서는 일반 사고보다 치사율이 1.5배 높다. 다리나 터널 출입부, 그늘진 도로는 더욱 위험하다. 산간지역에서는 폭설로 인해 길이 막히는 상황을 대비해 구호물품과 제설장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겨울철 한파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급격한 기온 변화는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 독거노인이나 쪽방촌 주민처럼 취약계층은 기온 변화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자주 안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한파특보가 내려진 날에 숙박업소나 목욕탕을 임시 대피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이동식 쉼터를 마련해 한랭질환을 예방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겨울철에도 극단적인 기상이 더 자주 발생한다. 과거처럼 삼한사온의 겨울에만 익숙해서는 이러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위험한 곳을 미리 점검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인도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이 모여 겨울철 재난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