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교회, 농촌교회에 빚졌다” 여름마다 예배당 개축 섬김의 봉사

입력 2024-12-12 03:09
서울 대망교회 성도들이 2019년 강원도 횡성 봉덕교회에서 제23차 땅끝사랑 하계선교로 예배당 및 사택 건축을 마친 뒤 손을 들고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망교회 제공

서울 대망교회(최석봉 목사)는 27년간 ‘땅끝사랑선교’를 펼쳐왔다. 땅끝사랑선교는 이 교회의 대표사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교회의 성도들이 여름마다 휴가를 내고 농어촌교회를 방문해 다양한 사역으로 섬긴다. 지역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한다. 대망교회는 농어촌교회를 섬기는 기간을 ‘한 여름밤의 선교 축제’라고 부른다.

대망교회는 국민일보가 주최한 ‘2024 기독교브랜드 대상’에서 사회공헌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 6일 서울 중랑구 교회 목양실에서 최석봉(64) 목사를 만났다. 땅끝사랑선교의 발자취와 열매 등을 청취했다.

‘사랑에 빚진’ 도시 교회의 사명

땅끝사랑선교는 농어촌교회에 빚진 도시 교회의 사명에서 비롯했다. 최 목사는 “시골교회 목회자들이 교회학교 청년들을 세우면 이들이 대학 입학이나 취업, 결혼 등으로 그 지역을 빠져나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늘 복음의 씨앗만 뿌리는 것”이라며 “농어촌교회에서 자란 청년들이 도시 교회에 출석하다 보니 도시 교회는 이들 교회에 사랑의 빚을 진 셈이다. 교회 성도들에게 ‘받는 믿음에서 나누는 믿음을 키우자’고 말하며 선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땅끝사랑선교는 1997년 1차로 강원도 강릉 옥계낙풍교회와 울산 해동교회를 리모델링했다. 올해 여름 28차까지 국내 25개 교회 선교 및 리모델링, 건축 사업을 진행했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 해외 선교지에서도 성전 및 미션학교 건축, 우물 파기 사역 등에 나서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하나님의 성전’ 새 단장 프로젝트

여느 교회들의 단기 선교와 다른 점은 온 성도들이 몇 달 전부터 건축 사역 등에 헌신하는 데 있다. 선교 사역은 성전 및 사택 건축을 담당한 ‘백향목 선교단’, 지역 복음화를 위해 전도하는 ‘기드온 선교단’, 지역 주민들의 식사와 간식을 담당하는 ‘마르다 선교단’, 이외에도 미용·의료·봉사·차량·영상·교사 선교단 등으로 조직됐다. 매년 200여명 성도들이 참여한다.

농어촌교회가 지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역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성도들은 선교 축제가 열리기 두세 달 전부터 주말과 평일에 시간을 내어 교회의 낡은 곳을 고치며 공사 작업을 한다. 전기 시설, 실내 장식, 종탑 설치 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성도들이 자신의 사업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데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는다.

최석봉 대망교회 목사. 김아영 기자

최 목사는 “몇 달간 공사하고 여름 휴가 기간에 200여명 성도들이 함께 마무리 공사할 분량만을 남긴다”며 “선교 당일에는 학생들까지 벽돌을 나르고 도배하는 과정 등을 거쳐 교회가 새로 단장하는 데 힘을 보탠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에는 지역 주민들을 교회에 초청해 잔치를 열고 십자가 복음을 전하며 축제의 장을 연다. 최 목사는 “이 기간에 주민 30~40명을 전도해 지역 교회에 출석하도록 안내한다. 이로 인해 교회는 활력 있게 사역할 동력을 얻는다”고 전했다.

오롯이 기도로 건축 교회 결정

20여개 교회 사택과 성전을 리모델링, 건축할 때는 오롯이 기도로 결정된다. 교회 선정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선한 계획을 발견하는 경험을 했다. 최 목사는 “시골길을 차 타고 지나가다 하나님이 축복하고 싶은 교회를 찾게 된 이야기가 여럿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성도들의 땀과 수고, 사랑이 깃든 교회마다 다양한 은혜와 기적의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최 목사에게 가장 기억 남는 교회를 묻자 땅끝사랑선교로 두 번이나 만난 교회 목회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1차 땅끝사랑선교를 통해 인연이 있었던 목회자를 7차 선교에서 재회한 것이다. 최 목사는 “저는 몰랐지만 하나님이 축복할 교회를 기도하며 찾다 보니 시차를 두고 목회자를 두 번 만났는데 하나님이 격려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선교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 하시는 것임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2007년 전남 신안 흑산도에 있는 흑산소망교회에서 모인 성도들의 모습. 대망교회 제공

2007년 전남 흑산도에 있는 한 교회를 건축할 때도 기억에 남는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섬을 여러 번 오가며 여느 지역보다 많은 재정이 들었지만, 하나님의 성전을 재건한다는 일념으로 성도들의 섬김과 수고가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다.

하나님 나라 사모하면 길 열려

최 목사는 마가복음 2장을 말하며 중풍 병자를 고치기 위해 지붕을 뚫고 예수님께 데려온 네 명의 동역자들처럼 “하나님 나라를 간절히 사모하면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선교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며 구슬땀을 흘린 성도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부모님 집이 낡으면 자녀들이 수리하며 집을 돌보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아버지의 성전인 교회가 낡고 무너지면 하나님 자녀들이 교회를 돌아보는 게 마땅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선교에 아낌없이 헌신한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