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통화를 조달해 고금리 통화로 운용하는 캐리 트레이드에 변화가 관측된다.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엔화 역할을 스위스 프랑이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은 엔화와 함께 이자율이 낮은 통화다. 다만 엔화가 상대적으로 거래량과 유동성이 스위스 프랑보다 풍부해 전통적으로 캐리 트레이드에 활용돼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5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인용해 시장에서 스위스 프랑을 매도하고 미국 달러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엔화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엔화 매도 규모가 컸지만 지난 26일부터 역전됐다. 현재 기준금리는 일본(연 0.25%)이 스위스(연 1.0%)보다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스위스가 일본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스위스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정책금리를 연 1.75%에서 3회 연속 인하해 1.0%로 낮췄다. 연 4.50~4.75%인 미국, 연 3.40%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보다 2.40~3.75% 포인트 낮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달 12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최근 스위스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낮아진 0.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이 이달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화와 스위스 프랑의 기준금리는 같아진다. 이후에도 스위스가 금리 인하를 지속해 0%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국채 수익률은 스위스가 일본보다 낮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경기 부진으로 스위스 프랑의 가치 하락 전망도 나온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닛케이는 “내년 캐리 트레이드의 트렌드는 스위스 프랑이다. 엔화 매도 압력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석 전략가 카말 샤르마는 “엔화는 그 어느 때보다 양방향 위험이 많다”면서 “스위스 프랑이 더 합리적인 자금 조달 통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