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특전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해 “빨리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막기 위해 직접 해산 작전을 독려한 정황까지 나오면서 내란 혐의 역시 더욱 짙어지게 됐다.
곽 전 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와 “대통령께서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제게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작전 진행 중 윤 대통령으로부터 세 차례 전화를 받았는데, 문제의 지시는 4일 0시30~40분 사이에 왔던 두번째 통화에서였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통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병력의 위치를 물어 “국회 이동 중”이라고 답했고, 세 번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를 언급한 것은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무력화하려 했던 적극적인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전화를 건 시점은 계엄 해제를 위한 본회의가 개최된 당일 0시48분 직전이다. 곽 전 사령관이 지시를 이행했다면 계엄 해제 의결 자체가 불가능했을 공산이 크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알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시사항을 듣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을 쏴서 들어가야 하나, 전기를 끊어서 (의결을) 못하게 해야 하나’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지휘관들은 ‘그건 안 된다, 제한된다’고 제게 분명히 얘기를 했다”며 “강제로 (문을)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들이 다치기 때문에 차마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3곳,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임무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실제 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은 이 6곳을 점거하거나 진입을 시도했다. 계엄 관련 핵심 관련자들이 계엄 선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곽 전 사령관 등 계엄 관련 핵심 인사 8명의 신속 체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현수 정우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