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한 총리뿐 아니라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 9명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의 소환조사도 통보했다. 경찰은 또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0일 한 총리 등 국무위원 10명과 조 원장에 대한 출석을 요구하고 참고인 1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상대로 수사해 계엄 선포에 이르는 과정과 불법 행위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당시 국무회의에는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위원이 아닌 조 원장도 배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총리와 조 원장은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고발로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특수단은 “피고발인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을 수습해야 할 한 총리를 상대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수사기관 간 경쟁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연일 수사 속도가 뒤처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을 지낸 강일구 총경은 경찰 내부망 ‘폴넷’에 “검찰에 수사 주도권을 사실상 빼앗긴 지금 말뿐인 수사 주체가 아니라 진정한 수사 주체가 돼야 한다”며 “검찰 때문에 영장이 어렵다면 윤석열 대통령을 긴급체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수단은 경찰 수뇌부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 청장은 이날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출석해 특수단 조사를 받았다. 김 서울청장도 서울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 남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부에 협조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통제한 현장 경찰 다수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 9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전 육군특전사령관,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특수단은 이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사령관에 이어 이날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전날 국군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사이버작전사령부, 정보사령부, 국방부 측에 계엄 발령과 관련한 각 부대원 투입 현황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마쳤으며 선관위 CCTV를 임의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