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야당표 감액 예산안’ 본회의 통과

입력 2024-12-11 00:11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야당의 4조1000억원 감액 의견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이 10일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여당이 배제된 채 야당 일방으로 처리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 삭감한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표결 처리했다. 재석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대통령실과 검찰·경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됐으며, 4조8000억원 규모로 제출된 정부 예비비도 절반인 2조4000억원이 깎였다. 505억원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98%인 497억원이 감액됐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000억원 삭감됐다.

예산안 표결을 10여분 앞둔 시점까지 여야 협상이 진행됐으나 끝내 불발됐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예산 3000억원 증액 등을 제안했다. 대신 야당 감액안에서 재해대책 등 예비비 1조6000억원과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원하자고 설득했으나 민주당은 거부했다.

국회는 이와 함께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도 처리했다. 상설특검안은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상에 올렸다. 상설특검은 이미 시행중인 법이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이 발의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소추안도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보고 72시간 이내인 12일 본회의에서 박 장관과 조 청장 탄핵안을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박 장관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서 위헌성을 지적하거나 막으려는 적극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조 청장에 대해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송경모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