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윤 대통령, 국회의원들 밖으로 끄집어 내라 지시”

입력 2024-12-10 18:54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곽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이병주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육군 특전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시킨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작전 수행 중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곽 전 사령관은 또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지난 1일 계엄이 선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곽 전 사령관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 첫 번째 통화 이후 또 전화받았느냐”고 묻자 크게 한숨을 쉰 뒤 인정했다. 하지만 두 번째 통화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제한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 의원은 국방위가 정회된 상황에서 곽 전 사령관을 따로 만나 당시 통화내용을 확인한 뒤 국방위에서 이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두 번째 전화를 해서 ‘국회 내에 있는 인원들, 국회의원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됐다’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문을 부수고 깨고 들어가면 사람들이 무수히 다치고 다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박 의원은 “곽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이전인 12월 1일 계엄에 대한 사전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그렇지만 여단장들이 공범이 될까봐 차마 여단장들에게 얘기를 못했다고 한다”고 곽 전 사령관의 발언을 전했다.

이날 국방위 질의에서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국회의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 안에 있는 ‘B-1 벙커’에 구금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구금 시설과 체포 관련 지시를 직접 받았다”며 “처음 지시받기로는 수도방위사령부에 있는 B-1 벙커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 나온 증언과 제보를 종합하면 계엄군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특전사가 국회를 봉쇄하고 정보사령부가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면, 방첩사가 이들을 가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