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김대기(사진) 주중대사 내정자 부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던 한·중 관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주중대사관은 10일 오후 열기로 했던 정재호 대사 이임 리셉션을 비상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 4일 취소했다. 정 대사는 지난 10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새 주중대사로 내정되자 이임을 준비해 왔고, 이달 중 귀국해 서울대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사 귀국명령 등 권한 행사가 어렵게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담화문을 내고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면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중국에 부임할 예정이었던 김 전 실장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은 받았지만 윤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해외 주재 대사는 국가원수의 신임장을 주재국에 가져와 제출한 뒤 활동을 시작한다.
김 전 실장이 부임해도 주중대사로서 활동할 외교적 공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중량감 있는 인사로 주목받았다. 중국도 기대감을 표했지만 바로 이 대목이 김 전 실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기 퇴진이 유력한 식물 대통령 측근에게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수개월 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물러나야 한다. 중국이 윤 대통령 퇴진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와의 관계에 집중한다면 양국 외교는 당분간 일시 멈춤 상태가 될 수 있다.
김 전 실장의 부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 대사가 귀국하면 주중대사는 당분간 공석이 된다. 외교가에서 대사가 공석이 돼 대리대사 체제로 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 7월 싱하이밍 대사가 이임한 이후 5개월째 공석인 상태로 팡쿤 공사가 대리대사를 맡고 있다. 다이빙 신임 주한대사는 오는 23일쯤 부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