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판단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 그가 윤 대통령과 내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적시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을 겨냥한 강제수사나 직접조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은 내란죄 혐의자를 우두머리, 중요임무에 종사한 자, 단순 폭동 관여자로 구분한다. 특수본이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죄 우두머리로 판단한 이상 직접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큰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모든 책임은 오직 제게 있다. 부하 장병들은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을 직접 작성하고, 윤 대통령과 내용을 상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법리적으로 혐의 성립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이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주요 군 관계자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건의 정점인 윤 대통령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강제수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법조계에선 압수수색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은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수사하던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2012년 11월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거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16년 10월 청와대 사무실 진입에 실패했고, 제3의 장소인 연풍문에서 자료를 제출받았다. 문재인정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도 2020년 1월 청와대 입구에서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정지될 경우 압수수색이 다소 수월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압수수색 승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상황에서 군인으로 구성된 경호 인력과 수사기관 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체포 등 신병 확보는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 혐의자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아닌 피의자 윤석열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반 피의자라면 체포·구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압수수색도 허용한다’는 형사소송법 110조 2항에 근거해 “내란죄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84조가 내란과 외환을 제외하고는 현직 대통령을 형사소추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한민국 위신 때문”이라며 “수사는 가능해도 구속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김재환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