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검·경 특활비 ‘0원’… ‘대왕고래’ 사업비 98% 깎아

입력 2024-12-11 00:31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수정된 2025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 제출 예산안에서 검찰·경찰 특수활동비 등 모두 4조1000억원을 삭감했다. 이병주 기자

국회가 10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2025년도 예산안은 정부안과 비교해 예비비 2조4000억원, 국고채 이자 비용 5000억원 등이 삭감된 것이다. 대통령실과 검찰·감사원·경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수활동경비로 편성된 760억원 예산도 전부 ‘0원’이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은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감액한 673조3000억원이다. 이번 예산안은 야당 단독으로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된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야당은 정부 예비비를 당초 정부안 4조8000억원의 절반인 2조4000억원으로 감액했다. 특히 재해·재난 등 사용 목적이 정해진 목적예비비의 경우 정부안(2조6000억원)에서 1억원을 깎은 뒤 나머지 1조6000억원을 고교 무상교육(9447억원)과 만 5세 무상교육(2681억원)에 쓸 수 있도록 예산총칙을 고쳤다. 향후 금리 하락 전망 등을 감안해 국고채 이자 상환 비용도 5000억원 감액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삭감 예산 규모는 총지출의 0.6% 수준”이라며 “그중 70.6%가 민생 사업과 무관한 예비비, 국고채 이자 비용”이라고 했다.

야당은 쌈짓돈 의혹을 제기한 정부의 특활·특경비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 82억5100만원, 검찰의 특활·특경비 586억99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기엔 선거범죄 등 공공 수사(20억6000만원)와 마약 범죄(21억3500만원), 딥페이크 같은 첨단 범죄(1억9800만원) 등에 대한 특활·특경비가 포함됐다. 선거 범죄 신고자에게 지급되는 포상금 예산도 2억8900만원 중 3200만원이 삭감됐다.

감사원 특활·특경비 60억3800만원과 경찰 특활비 31억67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따라 설치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조직인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기본 경비(3억3300만원)는 0원이 됐다. 야당 예결특위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증빙을 못하는 특활비와 특경비만 감액했을 뿐 권력기관의 수사 비용은 1원도 감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국방·복지·외교 예산도 잘려나갔다. 장병 인건비와 드론 대응 등 국방 예산이 정부안보다 3409억원 깎였다.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예산은 505억5700만원에서 8억3700만원으로 98% 급감했다. 전 국민에 대한 마음투자 지원사업 예산은 508억원 중 74억7500만원이 깎였고, 전공의 복귀 지원을 위한 수련 환경 지원·수당 지급 사업도 931억원 삭감됐다. 우크라이나 등에 전달되는 외교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도 793억원에서 394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증액 없이 감액만 이뤄진 결과 내년도 총수입도 정부안보다 3000억원 감소한 651조6000억원으로 조정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0.1% 포인트 낮아진 2.8%로, 국가채무 비율도 0.2% 포인트 하락한 48.1%로 축소됐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