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특수를 맞은 백화점·패션업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을까 우려하고 있다. 길어진 무더위로 3분기 의류 판매 실적이 부진했던 가운데 관련 업계는 단가가 높은 패딩과 모피 등 아우터로 연말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다.
백화점업계는 지난달 중순부터 영하권에 접어들면서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고됐었지만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예상보다 따뜻한 기온이 이어지면서 겨울 아우터 판매량이 주춤했다. 겨울 아우터는 4분기 매출에 기여하는 주력 상품군이다. 따뜻한 날씨가 더 길어질까 우려했던 업계는 지난달 중순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우터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9일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신장률이 0%였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들어 전년 대비 4%대 오른 신장률을 보였고, 주말에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다소 고무적인 상황으로 해석됐다. 패션업계도 겨울 특수가 시작된 모습이다. 한 패션 플랫폼의 지난 1~9일 아우터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쇼핑객수가 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객수는 오히려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백화점과 패션업계에서는 기다렸던 시즌이 다가왔지만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이라는 변수를 맞게 됐다. 정치 혼란 장기화로 고대했던 겨울 특수가 주춤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추진되던 2016년 10~12월 주요 백화점은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그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1.1%,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같은 기간 5.5% 감소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질 경우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개최될 대규모 시위도 변수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서울 중구에 위치해 있어 광화문 시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매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더현대 서울 역시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 있어서 집회 영향권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영향은 없지만, 이 정국이 장기화하면 그때부터 문제”라며 “연말에는 선물 수요도 많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준비된 프로모션도 워낙 많기 때문에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