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김용현, 계엄 이틀 전 국회·선관위 확보 임무 하달”

입력 2024-12-10 18:54 수정 2024-12-11 00:14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 당시 병력 투입 경위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계획된 작업’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게 하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확보하라는 임무가 하달됐다고 뒤늦게 폭로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같은 날 북한 도발을 이유로 “지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도 방첩사 수뇌부 증언으로 공개됐다. 김 전 장관이 과천 선관위 청사에 진입한 정보사령부 지휘부에 계엄 당일 오전 ‘야간 임무 대기’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첩사·정보사 등 계엄 작전 수행에 투입된 부대 지휘부 관계자들을 불러 비상계엄의 사전 계획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곽 전 사령관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관위(과천청사·관악청사·수원 선거연수원), 민주당사,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 확보였다”며 “임무를 김 전 장관으로부터 유선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머릿속으로만 ‘아 정말 되면 이렇게 해야지’하고 구상 정도만 하다가 차마 그 말을 예하 여단장들에게 하지 않았다”면서 부하들에게는 계엄 당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는 이게 비상계엄이 아니고 당시 전방에서 문제가 생기는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두는 상황 인식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사전에 계엄 관련 임무를 받은 점을 진술하지 않은 사실도 털어놨다.

방첩사령관 직무대리로 여 전 사령관 대신 출석한 이경민 참모장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12월 1일 여 전 사령관이 북한 도발이 임박했다는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통신상으로 지시 대기를 내렸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참모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전에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니 음주 자제와 통신축선 대기를 철저히 하라”는 여 전 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의 이 같은 지시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대남 풍선을 띄운 건 지난달 29일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여 전 사령관이 계엄과 관련해 사전 준비 지시를 받은 뒤 대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전날 입장문을 내 “방첩사가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선관위에 투입된 정보사도 계엄 선포 직전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서 3일 오전 “이번 주에 야간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한 개 팀 정도를 편성해 대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때까지 투입 장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장관의 지시는 점차 구체화됐다. 문 사령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당일 “야간 임무를 줄 수 있다”고 투입 시점을 좁혔고, 곧이어 선관위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인근에 오후 9시쯤 대기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문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서) 저희가 받은 임무는 선관위에 가서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고 지키고 있다가 다른 팀이 오면 인계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