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尹 탄핵”… 고2 시국선언문에 5000명 의기투합

입력 2024-12-11 00:00 수정 2024-12-11 00:00
제76회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가자들이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진행된 시국선언은 애초 1000명을 목표로 진행됐으나 49,052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높은 열기를 보였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불발 이후 학생층에서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작성해 온라인에 공유하자 청소년 5000명이 동참하는 등 계엄에 분노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2학년인 박지우(17)군은 최근 계엄령 사태 이후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깊은 분노를 느꼈다. 박군은 뜻을 같이하는 친구 4명과 함께 시국선언문을 쓴 뒤 지난 6일 SNS에 올렸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 서울시 고등학생들은 지난 3일의 비상계엄 사태를 비롯해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실정에 통탄하며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한다”며 “대한민국의 국가 체계 전복을 획책하고 내란을 모의한 윤 대통령은 즉각 책임을 지고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선언문은 게시 3일 만에 1만회 넘게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또 전국에서 약 5000명의 청소년들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다른 청소년 단체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기 위한 청소년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시국선언 제안자를 모집했고 지난 9일 오전까지 총 4만9000여명의 청소년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역대 청소년 시국선언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죄로 처벌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청소년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행동하고, 우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수나로의 한 활동가는 “청소년들도 계엄 사태를 겪으며 밤잠을 설치고, 자신의 삶이 어그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청소년의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너뜨리려는 폭력적인 행위를 스스로 거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청소년 시국선언 발표는 11일 부산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충암고 학생회도 이날 SNS에 입장문을 내고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학생회는 “현재 충암고 재학생은 윤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부디 충암고와 재학생을 향해 비난하는 일은 멈추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김승연 윤예솔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