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로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더해 주주가치 개선 방안을 내놓는 등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구성에 성공할 경우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분리선출 사외이사 후보 소수주주 추천 등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주식 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거래를 늘려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253만9726주(발행주식 총수의 12.3%)는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또 배당 정책 공시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주주환원책으로 제시했다.
장외 비방전은 점입가경이다. 전날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대차거래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차거래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다른 이에게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타인에게 빌려주면 그 차입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를 대차거래로 전환하면 영풍 측 지분율을 넘어설 수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자본시장법상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6개월간 처분이 금지되며 여기에는 대차거래도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MBK 측은 또 고려아연이 지난달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거래에 대해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을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고려아연과 한화그룹은 아무런 위법 요소가 없으며 거래 가격도 거래 당시 시가에 따라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MBK가 2년 전 고려아연과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K가 고려아연과 맺은 NDA가 유효했던 시점부터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MBK는 NDA 체결 부문과 인수·합병(M&A) 체결 부문이 분리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고려아연은 주요 경영진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겸직하는 구조상 정보 교류 차단이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의결권을 가진 권리주주 확정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일(20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주식 매매일과 결제일 간 시차를 감안하면 양측이 지분을 더 사들일 수 있는 기한은 오는 18일까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