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10명 중 3명이 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 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는 대학생 마약예방활동단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총장 박성규 목사)에서 열린 ‘2024 대학생, 유학생 대상 마약류 예방 교육 사업 최종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원으로 지난 8월부터 활동해 온 대학생 마약예방활동단(지역 거점대학 10곳)은 전국 거점 대학 6곳 학생 48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활동단 활동 후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마약을 경험한 학생은 전체 대상자 중 1.8%로 나타났다. 그러나 졸피뎀(수면유도제) 아티반(신경안정제) 같은 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 경험률은 30.5%에 달했다. 치료 목적이 아닌 상황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한 비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 경험률도 3.3%(16명)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 의약품이더라도 오남용이 반복되면 중독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대학생들은 자기통제, 삶의 의미, 자기효능감, 자아존중감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사용 빈도도 낮았다. 정서적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반대의 특성을 보였다. 마약 중독 예방이 단순히 법적 처벌이나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 백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 비율이 30.3%로 가장 높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마약 중독 위험성을 또래 20대에게 알리고 인식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주요 대학 5곳 활동단 대표들이 진행한 캠퍼스별 예방 활동 내용도 발표됐다. SNS 계정 운영, 숏폼 영상, 카드뉴스 제작, 마약 근절 서약서 작성, 레드 리본 캠페인 등 MZ세대의 인식 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이장한(중앙대 심리학과) 서보경(을지대 중독상담학과) 교수, 설재용(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수사) 팀장, 김기은(국무조정실 마약류관리신속대응팀) 김지연(식약처 마약예방재활팀) 사무관 등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영역별 마약 예방을 위한 제언들이 나왔다. 학생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인증서 제도, 학교별 마약 예방 동아리 간 네트워크 등 방안이 거론됐다.
조 교수는 “마약 중독은 청년세대의 쾌락주의와 공동체 단절, 외로움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동아리를 넘어 총학생회, 신학대, 신대원과 연대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교회가 마약 중독 문제를 쉬쉬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시대적 문제라고 여기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서경민 총신대 마약예방활동단 ‘다온’ 대표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파이디온선교회, 한국기독학생회(IVF) 등 선교동아리, 교내 봉사동아리 등과 협력해 학생들 스스로 ‘건강한 캠퍼스’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조성해 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