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내년 설을 앞두고 선물세트 사전 예약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상적인 업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오히려 물량을 늘리거나 할인 혜택을 강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는 설 선물세트 제품군을 확대했다. 실속형에서 고급 상품까지 구성 다양화를 꾀했다. 2만~6만원대 중·저가 선물세트 상품 수는 전년 대비 약 10%, 6만~9만원대의 중·고가는 24%, 10만원대 이상도 약 27% 확대해 선택지를 늘렸다. 굴비, 견과류, 표고버섯, 들기름 등 일부 선물세트의 경우 가격을 동결해 명절 물가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금액대별로 최대 600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즉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행사를 진행한다. 구매 시점과 금액에 따라 최대 120만원의 롯데상품권을 지급한다. 롯데마트는 총 800여개 품목의 선물세트를 선보이는데, 지난해 설 선물세트 매출 중 사전예약 상품 판매 비중이 약 55%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해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정육·수산 선물세트뿐만 아니라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가구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간편식과 조미식품 선물세트 물량도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는 하루 늦은 13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상품 배송은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되며 사전 예약 판매 취지에 맞게 일찍 구매할수록 더 큰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백화점 3사도 20일부터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에 돌입할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일상적 업무를 이어가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6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주요 기업이 일부 매출 타격을 입었던 경험 때문이다. 다만 당장은 특이사항이 발견되고 있지 않은 만큼 기존에 준비했던 정책이나 행사는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현 상황을 두고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