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불법 웹툰… 유포자 잡아도 피해 보상 막막

입력 2024-12-11 01:01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 ‘어른아이닷컴’에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승소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받아낸 금액은 한 푼도 없다. 현행법상 범죄 수익은 국고로 몰수되고, 민사소송에 따른 피해 변제는 후순위인 탓이다. 업계는 소송을 하자니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고, 소송을 포기하자니 불법 웹툰이 더 활개 칠 것을 우려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10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네이버웹툰을 필두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레진코믹스 등 대형 웹툰 회사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매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웹툰실태조사’ 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불법 웹툰 시장 규모는 7215억원에 달한다. 합법 웹툰 시장(1조8290억원)의 40% 수준이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보수적으로 피해액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1조원 이상일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웹툰 회사들은 플랫폼에 인공지능(AI) 스크리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담팀을 구성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불법 사이트 대부분은 해외 서버와 도메인을 이용해 특정이 어렵고, 차단에 성공해도 URL만 살짝 바꿔 다시 영업하는 방식으로 단속망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웹툰 업체들이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문제는 소송에서 이겨도 피해 보상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무리 법원에서 배상 명령을 받아내도 불법 수익이 국고로 환수된 뒤에는 실제 회수할 돈이 없으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법 웹툰 사이트 대부분은 도박·성매매 등 광고를 노출하고 가상화폐로 대금을 받으며 수익을 올린다.

웹툰을 유료 서비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저작권 의식도 불법 웹툰이 활개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 대중가요 MP3 파일을 포털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으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을 갖지 않았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웹툰 산업이 덜 발달한 해외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 “웹툰을 무료로 번역해 너희 회사 웹툰을 홍보해주는데 뭐가 문제냐”며 적반하장식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법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이를 단속하는 인원에 대한 협박·신상털이 등 위협도 커지고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불법유통대응팀(P.CoK) 소속 직원들의 신상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불법저작물 수사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도 직원들의 구체적인 업무나 사건 배정 등 정보를 비공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이 저작권 침해 피해자의 민사적 구제를 충분히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권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가능토록 하는 등 법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