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발발한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신우주강국으로 도약하려던 국가적 목표에 제동이 걸렸다.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우주위원회 회의 개최 일정이 취소되면서 차세대발사체 및 달 착륙선 개발 계획 등 여러 안건에 대한 승인이 전면 보류됐기 때문이다. 우주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연구 기관들의 수장 선임도 기약 없이 멀어졌다.
10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우주청은 이달 말 개최를 목표로 진행하던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 회의 준비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 개발 관련 최상위 정책조정기구다. 윤영빈 우주청장이 간사를 맡는 등 우주청이 회의 날짜와 논의 안건 등 전반적인 내용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조율한다.
윤 대통령은 우주청 출범 직후이던 지난 5월에 1차 회의를 개최했고, 지난달 열린 2차 회의는 실무적인 안건들만 논의돼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달 열릴 예정이었던 3차 회의는 차세대발사체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 많아 윤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아울러 당연직 위원인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여러 정무직 공무원 자리도 공백이 되면서 한동안 회의 개최가 어려울 전망이다.
회의가 무산되면서 당장 차세대발사체 설계 진행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우주위원회 2차 회의 결과에 따라 항공우주연구원은 기존에 진행하던 차세대발사체 설계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3차 회의가 취소되면서 변경된 설계안에 대한 승인이 보류됐고, 외부 업체에 발주를 넣어 진행하던 발사체 제조 관련 사업도 전면 중단됐다. 최근에는 약 4조원을 투입하는 역대 최대 우주개발사업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의 설계가 정부 회의에서 ‘설계 실패(FAIL)’ 판정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회의 취소로 인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 프로젝트에 대해 중간 결정을 내릴 기관장들도 부재한 상황이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신임 원장 선임 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과 박영득 천문연 원장은 각각 지난 3, 4월에 임기가 끝났지만 새 원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임기가 연장됐다. 두 기관의 새 원장 선임을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과정 등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 대통령실은 인사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계에서는 우주개발 사업이 하루아침에 표류하게 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명호 과학기술노조 정책위원장은 “처음부터 국가우주위원회 당연직 이사 구성에서 정부부처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계속 의견을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결국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다”면서 “지금 우주 연구 기관들이 하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는 정상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