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한국시간 10일 밤 12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123년 노벨상 역사상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이다. 변방의 언어로 여겨지던 한국어로 된 문학이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매우 벅차고 자랑스럽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계엄 상황에서 벌어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소설이다. 그런데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날, 대한민국은 12·3 계엄 사태로 혼란스럽다. 44년 전 일이 믿기지 않게 되풀이됐고 일주일이 넘도록 수습을 못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우리 정치 상황과 맞물려 한강의 메시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강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고 말했다. 1980년 광주에서 느꼈던 인간의 양면성을 이번 계엄 사태 때도 작가는 느꼈다.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시민들,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인 경찰과 군인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2024년 겨울, 한국에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한강의 시상식을 계기로 세계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하루속히 사태가 정리돼 한국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갖춘 나라임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