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본법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표류하는 동안 글로벌 빅테크의 AI 동영상 제작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기본법은 AI로 만든 이미지나 영상이 AI로 생성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딥페이크 등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인데, AI 동영상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입법 공백이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동영상 생성 AI 모델인 ‘소라(Sora)’를 출시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소라는 이용자가 원하는 장면을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으로 입력하면 동영상을 제작한다. 생성되는 동영상 길이는 최대 20초로, 챗GPT 유료 이용자는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소라는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서비스되지만 영국, 스위스 등 규제가 엄격한 국가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 딥페이크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오픈AI는 소라로 생성된 모든 동영상에 C2PA(콘텐츠 출처 및 진위 확인을 위한 연합) 표준 AI 워터마크를 포함하기로 했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AI로 제작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 ‘비오(Veo)’는 1분 이상의 고화질 해상도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데, 사람이나 동물이 움직이는 모습이 실제와 거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메타의 ‘무비 젠(Movie Gen)’은 텍스트 입력으로 최대 16초 길이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동영상 안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AI 영상들은 개인정보나 저작권 침해, 가짜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만큼 각국은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인공지능법을 통과시켰고, 미국은 행정명령으로 관련 규제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입법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은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부처별 의견을 총합해 AI 기본법을 만든 만큼 법안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