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세계 최고 ‘정원도시’ 우뚝 선 순천, 문화산업도시 도약 채비

입력 2024-12-12 00:42
올해 4월 새롭게 문을 연 순천만국가정원에 관람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지난달 관람객 400만명을 돌파하고 수입액 110억원을 벌어들이며 지역경제 활력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순천시 제공

지난해 1000만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성공적으로 개최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세계 최고 정원도시로 우뚝 선 전남 순천시가 문화와 산업도시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세 가지 큰 변화를 시도하며 선진국형 미래도시의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순천만국가정원 옆 4차선 도로에 잔디를 심어 혁신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인접한 저류지를 정원으로 조성해 도시의 공간 구조를 확 바꿨다. 도심으로 연결한 정원을 도심 안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를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생태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는 산업을 키워 도시의 경제 지형을 바꾸는 시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도시의 나이를 되돌리는 ‘문화산업 성지’ 비전도 3대특구(기회발전, 교육발전, 문화도시) 선정과 함께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올텐가)을 기점으로 빠르게 구체화 되고 있다.

국내 최고 ‘생태관광’ 중심지 우뚝

노관규 순천시장은 2006년 민선 3기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표방하며 국내 최고의 생태관광지 조성에 착수했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겨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습지 59㏊ 일원의 전봇대 282개를 뽑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 먹이를 제공했다. 인근 식당과 오리농장, 주택 등 환경저해시설도 전부 철거하며 최고의 겨울 철새 서식지를 만들었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2009년 흑두루미 400여 마리가 찾아 온 순천만습지에는 2021년 3400여 마리, 2022년 6000여 마리, 2023년 7200여 마리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는 최근까지 8000여 마리가 관찰되면서 전 세계 생존 개체수의 50%가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도 월동에 동참하는 등 다양한 겨울 철새의 화려한 군무가 펼쳐지는 순천만이 국내 최고의 탐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개최 후 5개월 간 단장해 올해 4월 새롭게 문을 연 순천만국가정원은 정원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새롭게 바뀐 국가정원을 선보였다.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을 콘셉으로 ‘스페이스허브’ ‘스페이스브릿지’ 등 새로운 콘텐츠와 함께 웹툰 ‘유미의 세포들’, EBS 애니메이션 ‘두다다쿵’ 등의 캐릭터가 결합된 3대가 함께 하는 정원을 만들었다.

지난 11월 관람객 400만명을 돌파하고 수입액 110억원을 벌어들이며 지역경제 활력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생태경제의 붐을 일으키며 ‘순천의 100년 미래 먹거리’를 만든 것이다.

기업 친화·문화산업도시 구축

공격적인 투자유치와 기업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순천시가 포스코리튬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투자유치를 성사시키고 있다. 친환경 선박 자재를 생산하는 한화오션에코텍이 3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올해에만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시는 올해 6월 문화콘텐츠 분야로 선정된 기회발전특구를 통해 케나즈와 오노코리아를 비롯한 국내외 앵커기업들이 순천에 자리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생태를 기반으로 도시를 설계해 온 순천시의 우수한 정주 여건 조성에 따라 대기업과 창의적인 소규모 기업들의 투자유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오천그린광장을 가득 메운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올텐가 드론쇼 현장 모습. 순천시 제공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이후 도시의 새로운 먹거리와 미래 비전으로 문화콘텐츠산업 키우기에 공을 들여온 순천시는 ‘제1회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부제: 올텐가)’을 성공 개최하며 문화산업도시 성지 도약도 선언했다.

최근 오천그린광장에서 열린 페스티벌은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상영회, 전국 최대 규모 드론쇼, 국내외 유명 캐릭터 전시 등을 선보이며 20만여명의 관람객을 맞았다. 정원 위에 입힌 문화콘텐츠로 또 다른 미래 먹거리를 만든 것이다.

노관규 순천시장
“미래형 중소도시가 나아갈 방향 순천이 보여드릴 것”

노관규(사진) 전남 순천시장은 11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끝난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 여파와 열기가 남아 있다”면서 “전국에는 정원 조성 열풍이 불고 있고 순천의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 시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순천만국가정원은 어떤 자원과 시책을 연계해도 성공 가능성이 큰 도시의 든든한 황금알과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순천은 항상 새로운 선택, 다른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지방소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도시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믿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박람회 개최 후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 최근까지 전국의 850여 기관·단체가 순천을 다녀갔다. 대전과 세종을 포함한 전국 30여곳의 자치단체가 정원도시 조성을 선포하는 등 전국으로 정원조성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노 시장은 “이제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로 대표되는 고유한 생태도시 정체성을 지켜가면서도, 순천이 만들어 낸 완벽한 정원 위에 문화콘텐츠가 덧입혀진 완전히 새로운 도시 모델을 선보이려 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많은 청년들이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이 일하고자 하는 산업 분야, 또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에 맞춰 도시 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앞으로 지방도시는 승산이 없다”고 분석했다.

노 시장은 “누구라도 일하고 싶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 우리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고 편안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도시, 미래형 중소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떤 모습인지 순천이 앞장서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