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빠름과 바름

입력 2024-12-12 03:07

한국에 들어왔을 때의 일입니다. 한 성도님께 선교지에서 어떤 사역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유도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대답을 드리니, 성도님은 스포츠 선교엔 크게 흥미가 없으셨는지 선교 과정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자리가 어색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성도님께서 듣고자 하신 이야기가 어떤 것이었을까 고민해보니 어쩌면 선교의 빠른 ‘결과’를 궁금해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승패의 결과가 자명하게 드러나는 스포츠 중 대련 종목인 유도는 기독교 정신인 온유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때가 있다 보니 성도님의 그런 반응도 이해가 됐습니다.

투기 종목을 수련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대상은 단언컨대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유도는 바닥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구르고 넘어지는 낙법을 기초 훈련으로 가장 오래 배웁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자신과 고군분투의 과정을 묵묵히 보낸 이가 비로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또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대를 메치는 결과에 도달하게 됩니다. 자신이 땅에 구르는 수련으로 시작한 이가 ‘자신’이 아닌, ‘상대’의 넘어짐을 통해 실력을 증명해야 하므로 결과가 보이는 것은 타 종목보다 현저히 늦기도 합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사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이 구절은 언뜻 보기엔 말과 혀는 배제하고, 오직 행동으로만 사랑을 전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말씀이 그렇게 다가왔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말씀을 고민하던 중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바로 구절에 등장하는 큰 틀의 두 가지 요소 중 전자인 ‘말과 혀’는 신체 안의 요건, 후자인 ‘행함과 진실함’은 신체 밖의 요건이라는 것입니다.

말과 혀로만 사랑을 전달함은 나의 입에서 입으로 사랑이 주장될 수 있지만, 행함과 진실함이라는 나의 신체 행동을 동반해서 사랑을 전달하는 것은 전달받은 이의 삶으로써 사랑의 가치가 보입니다. 또 말과 혀로 사랑을 전하는 것은 결과가 자신으로부터 빠르게 나오는 반면, 행함과 진실함이 입과 동반돼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과정은 그 결과가 전달받은 이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속도가 현저히 늦습니다.

운동을 도구 삼아 복음을 전해보니 상대를 앞에 두고 입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우리의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을 교류하는 것이 월등히 강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우리 기독교인에게 담긴 복음을 우리 입으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행함과 진실함을 더해 사랑을 흘려보내고, 올바른 사랑을 전달받은 이의 삶으로써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너무나 가치 있는 일입니다. 훗날 선교지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입과 행함, 진실함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인 사랑을 주장하길 꿈꾸는 우리가 되길 원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며 자랑해야 할 것은 우리가 전달하는 빠른 사랑이 아닌, 그들이 전달받은 바른 사랑일 것입니다.

이승찬 마하나임 유도선교회 선교사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AM) 소속 마하나임 유도선교회는 동남아시아 선교를 위한 도구로 유도를 사용하는 선교단체입니다. 마하나임은 하늘의 군대라는 뜻입니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을 전한다’는 슬로건을 갖고 국내외 유도 선교를 위해 설립됐습니다. 이승찬 선교사는 안디옥교회, 포이에마예수교회, 예수마음교회 협력 선교사로서 캄보디아 유도 선수들을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