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현대 도자공예 흐름 조명

입력 2024-12-11 00:47
도예가 안동오가 제작한 도기에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도화 작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우성의 ‘백자청화시비파무늬육각화분’(1975), 서세옥의 ‘백자청화산수문십이각병’(1970년대), 박래현의 ‘백자청화봉황문사각화분’(1971), 김기창의 ‘백자청화기우(소를 탄 소년)문호’(1974).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백색 도자기에 청화와 철화 안료를 사용해 소를 탄 목동 등 서정적 그림을 그린 도화(陶畵) 작품들이 여러 점 전시돼 있다.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장우성(1912~2005), 김기창(1913~2001)과 그의 아내 박래현(1920~1976), 서세옥(1929~2020) 등 1970년대 잘 나가던 동양화가들이다.

기획자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한국미의 전도사’ 최순우씨다. 그는 1970년대 조선시대 도화서 화가들이 왕실 도자기를 제작하는 분원에 파견되어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렸던 전통 도자 제작 방식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 도공 안동오(1919~1989)씨가 제작한 도자기 위에 이들 화가들이 붓을 휘두르게 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 ‘한국 현대 도자 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을 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을 꼽자면 이건희 컬렉션에서 기증받은 도화 시리즈 12점일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윤소림 학예연구사는 “초벌구이한 도자기는 물감을 아주 재빨리 빨아들인다. 그래서 도자기에 그리려면 필력이 대단해야 한다”면서 “장우성과 김기창이 물감의 농담 조절 솜씨가 탁월했다”고 말했다. 이런 도화 사리즈는 70년대∼80년대 유행하면서 부자들이 많이 소장했고 이건희 컬렉션에도 들어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현대 도자 공예의 발전사를 사회문화사적으로 고찰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50년대 도자공예는 수출 상품의 하나로 출발했다. 조각가 윤효중이 정부 지원을 받아 만든 한국미술품연구소는 ‘대방동 가마’를 운영하며 재현 청자를 제작했다. 미국 원조를 받은 한국공예시범소 역시 수출용 도자기를 제작했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에는 일본 수출 상품으로서의 지역 도자기를 키운 도예가들이 출현했다. ‘해강 청자’로 유명한 이천의 유근형, 다완으로 유명한 문경의 천한봉 등이 그들이다.

이건희 컬렉션이 보여주듯 유명 도예가와 화가가 합작한 도화 시리즈가 탄생하고 김익영 윤광조 등 미대 출신의 작가주의 도예가들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도예 작품을 통해 여성주의를 실천한 도예가 한애규, 2000년대 이후 현대미술로서의 도자기의 출현까지 한국 현대사에 대응하는 도자기 예술의 변천사가 흥미롭다. 내년 5월 6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