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에 ‘생명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심자”

입력 2024-12-11 03:07
바움성품연구소 대표인 김영만(앞줄 왼쪽 일곱 번째) 목사가 지난 9월 경기도 파주시 연구소에서 사모인 한지영(앞줄 왼쪽 여섯 번째) 소장 그리고 연구소 연구위원 등과 함께 바움 사회적협동조합의 교육부 설립인가를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바움성품연구소 제공

“오징어게임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빨간색 복장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총을 든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캐릭터를 그리고는 옆에 적은 글귀다.

김영만(50) 바움교회 목사는 이 그림을 보여주며 “만19세 이상 관람가인 ‘오징어게임’을 봐서 등장인물과 배우 이름까지 꿰뚫고 있었던 아이였다”며 “그런 아이가 우리 교회 성교육캠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와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성품교육’을 한 시간 듣고 나서는 이렇게 피드백을 적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21년 다음세대에 올바른 성가치관, 생명 존중 가치관을 교육하겠다며 바움성품연구소를 세운 김 목사가 다시금 이 사역의 중요성을 절감한 계기가 됐다.

많은 다음세대가 미디어와 대중문화를 통해 잘못된 성지식을 분별력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곧 사회 문제로도 이어진다. 교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학생 인권만을 강조하는, 동성애의 해악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편향되고 과도한 교육 제도로 일반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바로잡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성인지 감수성’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성교육 대부분 오히려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인본주의만을 주입하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취지다.

김 목사는 이런 현실에 절감하며 지금이 바로 다음세대에 올바른 가치관을 전수할 ‘골든타임’이라는 생각에 교회 개척과 함께 바움성품연구소를 세웠다. 그런 김 목사를 사모인 한지영(48) 바움성품연구소장과 함께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가온로의 교회에서 만나 사역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바움성품연구소의 임영진(50) 이진선(44) 이사도 함께했다.

김 목사는 “바움은 독일어로 나무라는 뜻”이라며 “작은 묘목인 다음세대가 예수님 닮은 영적 거목으로 성장하는 공동체를 꿈꾼다”고 말했다.

2020년 7월 무렵 교회 개척을 앞둔 김 목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찾아오는 교회, 찾아가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 기도를 하러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찾았다. 기도원 숙소에 들어선 그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월간지 신앙계 표지가 보였다. 약사로서 성경적 성교육강사를 길러내는 김지연 에이랩아카데미 대표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

김 목사는 “김 대표의 사역에 공감하며 ‘이거다’ 싶었다”며 “다음세대에 다가갈 기회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에이랩아카데미의 ‘성경적 성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듣고, 성폭력상담지도사부터 마약중독예방지도사 등의 자격증까지 딴 그는 바움성품연구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다음세대를 상대로 한 올바른 성가치관 교육에 나섰다. 현재 20명의 연구위원과 함께 성품교육, 성폭력, 학교폭력, 디지털폭력, 금연, 금주, 마약중독 예방교육까지 진행하는데, 2022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학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00회 이상 학교 기관 교회에서 강의했다. 바움교회가 진행하는 성교육 강의에도 75회에 걸쳐 750명의 아이와 학부모들이 찾았다.

바움성품연구소가 내세우는 성교육의 핵심은 ‘성품’ 교육에 있다. 가족 생명 배려에 초점을 둔 생애주기별 교육을 진행해 다음세대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바른 성지식과 가치관을 갖고 건강한 인격체로 자라나도록 이끈다.

김 목사는 바움성품연구소가 진행한 성교육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로부터 받은 피드백 쪽지를 보여줬다. 한 초등학생은 “성가치관은 몸이 아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나를, 너를, 우리를 더 소중히 여길 거다”라고 적었다.

한 소장은 “우리가 가르치는 건 낙태나 동성애를 반대해야 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긍정의 단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고 여기도록 이끄는 것이 건강한 성가치관을 갖도록 만드는 일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육에 그 시작점이 있기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이는 곧 친구에 대한 소중함 나아가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확장되기 마련”이라고 거들었다. 임 이사는 “성품교육이 바탕이 되다 보니 아이들도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다’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피드백을 준다”고 귀띔했다.

바움성품연구소는 2022년 파주 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23개 관내 지역아동센터에 성품교육을 지원한 이후 경기도 김포와 고양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그 폭을 넓히며 지역사회 내 다음세대가 바른 성가치관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이끈다. 지난 9월에는 교육부 인가를 받아 바움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관계기관과의 협업이나 후원금 모집이 더 수월해져 투명한 재정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커리큘럼 개발과 조직 운영이 가능해졌다.

김 목사는 “올바른 성가치관을 지닌 다음세대를 길러내는 일은 지금 아니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골든타임’에 이르렀다”며 “한국교회가 함께 이 사역에 연합해 성경 말씀 중심의 바른 울타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바움사회적협동조합으로 모인 이들이 성령으로 하나가 되고 영혼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어 하나님이 부르신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나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파주=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