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 ‘천사들의 노래가’ 125장(통125)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마가복음 1장 14~15절
말씀 : 마가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 1:1)을 선언한 후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인용하여 그 의미를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때가 되면 내 사자(2절)인 광야의 외치는 자(3절), 곧 세례요한(4절)을 통해 네 길(2절), 곧 주의 길(3절)을 준비시킬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주의 길은 이사야 40장 3절에 나오는 여호와의 길을 말합니다. 이사야의 예언과 마가복음의 관점을 동기화시켜보면 마가는 가이사(카이사르)와 대조되는 ‘섬기는 종’ 예수님이 우리가 함부로 대하고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주님이시고 하나님이심을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은 섬기는 종이면서 왕이시고 어린 양이시면서 사자이십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을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시고 행복하게 해주실 분이 아니라 주인으로 영접하는 일입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행 16:31) 그분은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피조물이니 너무 당연한 논리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신약성경의 칭호 중 구원자(soter)는 24번 나오지만 주님(kyrios)은 700번 이상 나온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문을 다시 보면 다음과 같은 의역이 가능하겠습니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가이사의 복음이 아닌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이르시되, 때가 찼고 가이사의 왕국이 아닌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믿음의 본질은 누구를 주인으로 모시는지, 누구에게 충성하는가에 관한 충성 대결이고 복음은 사탄과 죄의 통치를 벗어나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의 다스림이 시작됐다는 좋은 소식입니다. 본문이 말하는 ‘하나님의 복음’(14절)은 곧 ‘하나님의 나라’(15절)라는 좋은 소식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창공에 있는 어떤 장소(천당)가 아니라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15절)는 주님의 말씀은 더 이상 악한 사탄의 다스림에 굴복하지 말고 하나님의 자비롭고 공의로운 통치로 돌아서라는 초청입니다. 회개 또는 회심(metanoia)은 ‘돌아선다’는 의미인데 단순히 종교를 바꾸는 개종 행위가 아니라 주인이 바뀌는 일입니다. 주인이 하나님으로 바뀌었으니 우리의 존재와 삶의 통치권도 사탄으로부터 하나님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성경이 정의하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죽음 이후로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더 이상 사탄의 방해가 없는 종말적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 가운데 현재를 살지만, 주님을 영접한 순간부터 우리의 존재와 삶에 그분의 통치가 시작되고 또 그런 삶을 누리는 사람이 복음의 증인입니다. 오래전에 오셨고 먼 훗날 다시 오실 초월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안에 거하시는 주님을 누리고 나누는 생애가 되기 바랍니다.
기도 : 악한 사탄의 통치를 끝내고 자비롭고 공의로우신 왕으로 우리 삶에 임재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우리의 회심한 삶이 세상에 복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정민영 은퇴 선교사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