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김정수(36) 감독이 올해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내년에는 더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젠지와 김 감독은 2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e스포츠의 꽃인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4강 탈락했다. 결과적으론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9일 서울 강남구 젠지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그는 “최선을 다했는데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내년에는 성적으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젠지의 2024년을 돌이켜본다면.
“아쉬움도 남지만 보람차고 바쁘게 보낸 한 해였다. 올해 우리는 ‘기인’ 김기인(25), ‘캐니언’ 김건부(23), ‘쵸비’ 정지훈(23), ‘리헨즈’ 손시우(25) 등 ‘페이즈’ 김수환(19)을 제외하면 전부 베테랑이었다. 각자가 가진 엄청난 능력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게 감독으로서 첫 번째 역할이었다. 선수 간 이견을 조율하고 그들의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끔 하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 내년에는 밴픽(게임 내 전략)을 보완하는 게 코치진의 목표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을 우승하며 기분 좋게 2024년을 시작했는데.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확신하진 못했다. 여론은 젠지를 T1, 한화생명e스포츠와 함께 ‘톱3’로 뒀고 내부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젠지가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팀들보다 앞섰던 운영 능력이다. 불리한 게임도 중후반에 역전하는 저력이 있었다. 반면 승기를 잡은 게임에선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기인과 정지훈의 판단력이 워낙 뛰어나서 다른 팀들이 따라오질 못했다.”
-5월 국제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까지 우승하며 흐름을 탔다.
“MSI는 준비하는 동안 팀의 기세가 워낙 좋아서 젠지가 우승할 거라 확신했다. 당시에 손시우의 컨디션이 나빠서 5~6일 정도는 연습도 참여하지 못했다. 현역 시절 같은 포지션이었던 조세형 코치가 대신 연습 게임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에 나선 손시우가 콜록거리면서도 최선을 다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MSI 우승 이후 곧바로 LCK 서머 시즌에 참여했다. 정규 리그를 17승1패로 마치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서머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중국에서 MSI를 치르고 오자마자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스케줄을 소화했다. 서머 시즌에는 최대한 선수들이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끔 도왔다. e스포츠는 신체적 움직임이 많이 요구되는 종목이 아니지만 대신 정신력의 소모가 크다. 쉬지 않고 달리면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괴로워한다. 결승전에서는 우리가 역전패를 당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경기 전략을 더 잘 짤 수 있었던 것 같아 미련이 남는다.”
-10월 월즈 4강에서 탈락하며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최선을 다했는데,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내년에는 더 여러 가지 밴픽을 소화할 수 있도록 코치진이 선수단을 도울 예정이다. ‘룰러’ 박재혁(25)이 합류한 2025시즌 젠지는 베테랑 선수들이 모인 팀이어서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걸 안다. 거창한 각오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성적으로 보여드려야 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