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은 일단 스톱 시켰지만… 정국수습 로드맵 갈피 못잡는 與

입력 2024-12-10 00:4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실무 논의 기구를 꾸리기로 의결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병주 기자

‘질서 있는 퇴진’을 명분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막아섰던 여당이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며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할 것”이라며 운전대를 넘겼지만 여권 내부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이른 아침부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해 비상의원총회, 중진 회동 등 대책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정국 안정을 위한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한 대표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대국민 담화에 나섰지만 이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을 아꼈다.

한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는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이대로 가면 의원들도 야당의 탄핵 공세를 견디기 힘들다거나 당장은 어렵지만 버텨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회의 내내 침묵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최고위 이후 기자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야당의 연쇄적인 탄핵소추안 공세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가 의견을 취합해 나갈 것”이라고만 답했다.

여당은 일단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띄워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신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3선 이양수 의원을 TF 위원장으로 의결했다. 정희용·박수민·서지영·안상훈·김소희 의원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 의원은 “빠른 정국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단축 등 회의 의제에 대해서는 “주제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주 내에 결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사퇴한 추경호 원내대표의 후임을 12일 선출키로 했다. 한 대표는 당헌에 따라 9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공고하고, 10일부터 이틀간 후보자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당이 비상 상황인 만큼 명망 있는 중진을 추려 경선 없이 추대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고려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당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 분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마라톤 의총에도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한 대표는 당분간 말을 아끼고 의견 청취에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의총 뒤 “의총 내내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의원의 구체적인 의견을 잘 듣고, 제가 따로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구자창 정우진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