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탄 맞은 K방산… 주가 폭락에 수출마저 흔들

입력 2024-12-10 04:04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리스크가 갈 길 바쁜 한국 방산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를 찾으려던 해외 정상들은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주가가 고공비행했던 방산주는 불과 며칠 새 두 자릿수 폭락세를 보였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K방산’ 수출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인사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방산업체 방문 계획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수리온 헬기를 시승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5일부터 7일까지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할 예정이었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일정을 취소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방산과 원전 분야에서 호혜적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했던 인물이다.

방산업계에서 정치적 안정은 해당 국가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방산 수출은 정부 간 거래(G2G)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외교 관계에서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실제로 방산 무기를 도입하는 국가들은 수출국의 기술력에 더해 국제 신뢰도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시장 충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국 방산의 대외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위기관리와 업계의 능동적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은 국내 주요 방산업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현대로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4개 업체 주가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3일 종가보다 평균 16.37% 하락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국내 정세 혼란이 가중됐고, 국내 방산 주가는 재차 하락하고 있다”며 “과거 두 차례 탄핵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번 방산 주가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정국 혼란이 K방산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방산의 기술력과 신뢰도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이슈가 해소된다면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수출 계약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