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투자 확대에… ‘코리아타운’ 된 미국 소도시들

입력 2024-12-10 01:31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와 진출이 증가하면서 쇠락했던 미국 소도시들이 부활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한국인이 대거 이주하고 한국 관련 상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코리아타운’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장 미국적인 도시 코코모가 코리아타운으로 변하고 있다”며 “미국 소도시들이 한국 기업의 투자로 경제적 부흥과 문화적 다양성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제조업 쇠퇴의 상징이었던 인디애나주의 코코모는 삼성SDI와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 두 곳을 건설하며 생기를 되찾고 있다. 약 800명의 한국인이 이주해 아시아계 인구가 두 배로 늘며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 현지에 없던 한식당 7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지역 호텔에선 한국인을 위해 젓가락과 슬리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코코모의 한 교회는 디지털 간판에 한글을 추가하며 한국인 공동체에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코코모는 과거 지역 경제 붕괴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쇠퇴하는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 현지 주민은 “이제 코코모는 한국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서배너와 텍사스주 테일러 등에서도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한국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서배너에 76억 달러(10조9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400억 달러(57조4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는 중이다. 서배너에는 대형 아시아 식료품점과 한인 교회 두 곳이 문을 열었고, 테일러에선 현지 관청이 공장 직원 수요를 충족하는 데 관심이 있는 한식당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미 동남부 한인상공회의소 재 킴 회장은 “이 같은 현상은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 사회에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거점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인 거주지 귀넷은 현재 ‘남부의 서울’로 불릴 만큼 한국 문화가 깊이 뿌리내렸다. SK그룹은 1980년대 후반 애틀랜타에 진출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애틀랜타 당국에 따르면 100개가 넘는 한인 교회와 수백 개의 한식당, 술집, 노래방이 자리 잡고 있다. 한 교민은 “대부분 주민이 영어를 몰라도 생활할 수 있다”며 “이곳에선 고향이 그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대료 상승으로 일부 저소득층 주민들이 도시를 떠났고, 한국인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전기차 보조금 등의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