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7.8원 치솟았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2004년, 2016년 탄핵 국면과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전날보다 17.8원 오른 1437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3일 1402.9원에서 6일 만에 종가 기준 약 37원 급등했다. 2022년 10월 24일 1439.7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주말 사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후 원화가치가 더 많이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3% 가까이 급등했으나 이날 주요국 화폐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6.09로 전일 대비 0.32% 오르는 데 그쳤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국내 정치 이슈가 대두된 직후인 지난주에는 비교적 관망세를 보이다 이번 주 들어 대내 리스크가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선 노무현·박근혜 정권 탄핵 사태와 달리 이번 계엄 사태는 예측하기 힘든 돌발 이슈였다는 점에서 시장에 더 큰 불확실성을 안겼다는 평가가 많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 보고된 2004년 3월 9일 다음 날 원·달러 환율은 2.0원 하락했으며 박 전 대통령 때도 탄핵안이 보고된 2016년 12월 8일 1거래일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2.3원에 그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사건이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날 달러 지수 상승 폭에 비해 원화가치가 극명하게 떨어진 것은 국내 정치 이슈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선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